[객석] "현을 타고 떠나는 관객들과 음악적 여정"
01 June 2023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음악 속 문학의 선율 송지원
레퍼토리를 선곡할 때의 기준이 '음악'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음악을 고르기까지 음악가는 작품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기도 한다. 송지원이 이번에 세운 기준은 음악을 낳은 문학, 더 정확하게는 음악에 담긴 문학과 이야기다.
본 윌리엄스의 음악에 담긴 시의 느낌,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를 낳은 베토벤 소나타 9번 등 그녀의 바이올린은 문학과 연결된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가장 먼저 지난 '객석' 기사에 실린 송지원의 모습을 찾아봤다.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1위, 레오폴트 모차르트 콩쿠르 1위, 앨리스&엘레노어 쇤펠드 콩쿠르 1위 및 특별상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아온 그녀의 이름이 지금까지 '객석'에 등장하지 않았을 리 없다. 지난 2016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콩쿠르 우승 소식과 함께 수줍은 미소를 띤 소녀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세 살부터 바이올린을 잡은 송지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김남윤을 사사하고, 클리블랜드 음악원 예비학교를 거쳐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했다.
'콩쿠르 퀸'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다양한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그녀는, 오랜만에 선보이는 이번 무대에서 '문학의 멜로디'를 주제로 관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고자 한다. 현을 타고 공연장 가득 울려 퍼질 섬세하고 다채로운 선율을 기대하며, 그녀가 준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6월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다. 공연의 주제를 '문학의 멜로디'로 선정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곡 자체만으로도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작품들인데, 사실 작품에 어떤 문학적 배경이 담겨 있는지 모르고 연주하거나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는 연주자에게는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관객에게는 스스로의 상황에 이입해서 들을 수 있게 한다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경험을 '자유로운 여행'에 비유한다면, 문학적 배경을 인지하고 곡을 듣는 것은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관객과 함께 음악을 통한 여정을 떠나보고자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됐다."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과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비의 노래'는 각각 영국 시인 조지 메러디스(1828~1909)와 독일 시인 클라우스 그로스(1819~1899)의 동명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곡이다. 연주자에게도 영감이 중요할 텐데, 공연 레퍼토리를 선정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누구나 그렇겠지만, 문득 떠오르는 생각과 일상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공연 레퍼토리를 선정할 시기가 되면 일상에서 축적된 여러 생각 중 스스로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곡을 골라 선정하곤 한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앞으로 배워나가야 할 곡을 탐구하는 즐거움과 도전이 공존하는 곡들로 가득 채웠다."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은 프랑스 소설가 프로스페르 메리메(1803~1870)의 소설 '카르멘'을 원작으로 하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 선율을 주제로 한다. 화려한 기교와 함께 바이올린으로 가장 강렬하게 노래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한데, 이 곡이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되길 바라는가.
"평소에는 업무나 일로 인해 감정을 절제하고 이성적으로 살게 되는데,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는 억눌려있던 감정이 일어나며 그 안에 휩싸이게 된다. 특히, '카르멘 환상곡'의 마지막 악장을 연주할 때는 불같은 열정과 짜릿함이 휘몰아치는 것을 느끼곤 한다. 연주를 통해 마치 '환상'처럼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내재되어 있던 감정을 선명하게 느끼고 즐기셨으면 좋겠다."
-지난해 3월, 이화여대 관현악과 조교수에 임용됐다. 선배이자 멘토로서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점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 시각적으로 그려보기를 권하는 편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연주에 본인만의 색이 담기게 되고, 막막하게 느껴지는 테크닉에 대한 고민도 해소할 수도 있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연주와 교육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음악가로서 더욱 성장해 스승으로서 도움이 되는 가르침과 안식처를 제공하고 싶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송지원은 앞서 소개된 작품 외에도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에 영감을 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선보인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강렬하고 대등한 연주에서 오는 음악적 교감이 돋보이는 곡으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콥스키(1984~)와 함께한다. 이번 무대에서 어떤 연주를 펼쳐 보일지, 무엇보다도 그녀가 만들어 낼 '문학의 멜로디'들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글 월간객석 홍예원 기자·사진 스테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