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에 담은 동양의 선율…
14 January 2021
동양의 선율을 서양 대표 악기인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면 어떤 느낌일까. 선율에는 지역의 음악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정서가 담겨 있다. 옛 사람들의 노래가 구전되면서 고유의 음계가 형성됐고, 지역 고유의 악기가 속속 탄생하면서 선율은 좀 더 정교해져 갔을 것이다.
서양 음악 문화가 온전히 응축된 악기인 바이올린으로 동양의 선율을 노래하는 것은 그래서 도전이고 모험일 것이다. 기존 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참신한 음악을 만들어낼 가능성과 자칫 이질감이 노출될 우려가 공존한다. 동서양 주요 콩쿠르에서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28)이 아시아 작곡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아시안 프로젝트`에 나선다. 다음달 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연주회에서 송지원은 중국 작곡가 허잔하오와 천강이 공동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나비 연인`(1958년)과 한국 작곡가 윤이상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 `가사`(1963년)를 연주한다.
미국 명문 커티스음악원과 뉴잉글랜드음악원을 졸업하고 현재 줄리아드음대에서 박사과정 중인 송지원은 2016년 레오폴드 모차르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송지원은 한국과 중국의 최고 권위 콩쿠르인 윤이상 국제 음악콩쿠르(2017년)와 중국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2014년)에서도 모두 우승했다. 이번 연주회에 작품들은 한중 콩쿠르 우승 당시 연주한 곡들이다.
`나비 연인`은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고전 `양산백과 축영대`를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중국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사`는 동양의 음 개념에 착안해 작곡된 작품이다. 서양음악에선 하나의 음계 내에서 각 음들에 일정한 역할과 기능을 부여하지만, 윤이상은 개별의 음들이 각각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관점에서 이 작품을 썼다.
다음은 송지원과 지난 13일 전화 인터뷰로 한 일문일답.
―`나비 연인`에선 중국 특유의 선율적 색채가 무척 강한데,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데 이질감은 없었나.
중국에는 바이올린과 굉장히 흡사한 `얼후`라는 전통 악기가 있어서인지 바이올린으로 중국 고유의 선율을 노래하는데도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선율은 중국적이지만 화성진행은 서양음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윤이상의 `가사`에서 각각의 음의 생명력이 어떻게 음악적으로 표현되는 것인가.
각각의 음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하나의 패턴을 형성하고 점차 선율을 이룬다. 서서히 등장한 선율이 점점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면서 음악적 흐름을 생성한다.
―동양인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동양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는 건 어떤 느낌이었나.
언어와 음악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동양 문화에서 자라온 만큼 서양음악을 잘 표현하기 위해선 이론적인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반면 이들 음악은 이론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도 동양 작곡가들의 작품을 발굴하는 아시안 프로젝트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오수현 기자]